아마 여러분이 IBM을 ‘언제’ 알았는지에 따라 IBM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를 것이다. IBM은 원래 컴퓨터 제조회사였다. 하지만 IBM은 큰 트렌드를 먼저 읽고 ‘토탈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 경제위기 속에서도 지난 역사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이노베이션의 파고를 넘어라
메가 트렌드 짚어 앞선 전략 세운 IBM 지난 200년 동안의 진보는 대개 ‘수직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제는 수평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기 영역 내의 문제는 잘 풀지만, 영역 밖의 문제가 있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거나 잘 풀지 못한다. 예를 들어 통신과 방송은 예전에는 분리된 영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측의 변화가 영향을 바로 미친다. 산업간, 영역간, 문화간 수평적 진보가 있어야 할 때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지능’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스마트 오브젝트(smart object)다. 휴대폰, 집안 가정기기 등 이미 많은 기기들이 지능화되어 있다. 또한, 인터넷이 모든 것을 연결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약 30%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즉, 아직도 2/3 정도의 지구인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인터넷은 ‘사람’이 들어가서 사용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물건들이 스마트해지면서 물건들이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화될 것이다. 이제부터 사물을 위한 인터넷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초고속 논리, 연산을 해내는 슈퍼컴퓨터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국방, 의료, 과학 등의 특수분야에서만 이용됐다. 이제 1시간 동안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5센트 정도로 크게 낮아지고, 누구나 활용하기 쉬워질 것이다. 비즈니스 정보가 급증하고, 우리는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이다. 미국에서 소방수를 채용할 때 어떻게 할까?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는다. 60년 동안의 기상데이터를 쌓아놓고 슈퍼컴퓨터를 통해 예측모형을 만들어서 산불의 규모와 빈도를 예측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소방수 숫자를 산정하고 채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메가 트렌드 2. 시장 변화: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이 뜬다 IBM은 기존의 다국적 기업 모델에서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한국IBM’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실제 업무에 있어서는 빠진 기능들이 많다. 회계처리는 말레이시아에서, 인사관리는 필리핀에서 맡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700명이 모여서 아시아 태평양에 있는 모든 IBM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니 회계 장부에 분식 우려 같은 게 전혀 없다. 너무나 투명하다. 업무가 글로벌하게 통합되는 과정에 3가지 핵심원칙이 있다. 경제 논리, 전문적 지식, 개방형 비즈니스 환경이 그것이다. 채용에서도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4년간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엔지니어를 뽑고자 한다면, 지원자의 국적에 관계없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갖고 있다고 본다. 미국, 한국, 인도 각국에 모두 대졸 엔지니어가 있다면 어느 나라에서 선발할 것인가? 인도 엔지니어의 연봉은 한국의 1/4~1/5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도 엔지니어를 뽑는 게 경제적으로 맞다. IBM의 경우, 지난 5년간 미국에서는 직원수가 오히려 줄었지만 인도에서는 직원수가 7만 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게 늘었다. 이렇듯 시장의 글로벌화에는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공존한다. 한국 고급인력들의 청년 실업 문제가 높다고 하는데, 이런 글로벌 인재채용 문제도 연관되어 있다. 2005년 이후 우리나라 Top 대기업들이 점점 더 해외인력을 많이 뽑기 시작했다. 이 문제가 극복되지 않으면 청년 실업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미국, 유럽, 일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서 일자리를 뺏어와야 한다. 인도, 동남아에서 할 수 있는 일들만을 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 지식 또한 중요한 원칙이다. 직원들 간에 생산성 차이가 얼마나 날까? 놀랍게도 최고 250배까지 난다. 상위 5% 집단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250배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혁신을 이끈다. 상위집단과 중간집단 사이는 문제해결 방식이 아예 다르다. 문제를 다르게 풀 수 있는 역량, 창의성이 중요해 진다. 개방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갖춰야 한다. 개방될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 투자가 적은 이유가 개방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 기업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제품으로 판매할 때에는 글로벌화 하기가 오히려 쉬웠다. 그러나 다양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서비스를 글로벌하게 판매하기는 참 어렵다. 기존에 수출하던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 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삼성이 이탈리아에서 비즈니스 하는 것과, IBM이 한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한국IBM의 CEO인 나는 25년 전 신입사원으로 IBM에 입사해 지금껏 일해왔다. 한국 정부, 기업, 학계의 고민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삼성이 이탈리아에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 여전히 지부장은 한국인이다. 개인의 관점에 있어서의 개방성은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말 중요한 요소다. 한국IBM의 직원들은 글로벌 IBM의 직원이라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 던지고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 중국 경우에 그다지 개방적이지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다양성과 개방성을 갖추기만 하면 중국보다 비즈니스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나 또한 그 동안 글로벌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일해올 수 있었던 개인적인 비결이 있다면 다양성을 존중하며 협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6년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 … 2008년 나홀로 최대 호황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의 메가 트렌드를 읽고, IBM은 지난 6년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제품만 팔아서는 안 되고, 제품, 서비스 대신 ‘가치’를 팔아야겠다는 판단이었다. PC, 프린터, 네트워크 저장장치 등 PC사업 분야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의 기업들을 사서 비즈니스를 재편성했다. 지금 IBM은 기술을 활용해서 전략을 만들고 효율을 높이는 등 고객이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만약 우리의 고객사인 보험사가 보험사기 청구액을 10%만 줄인다 해도 큰 효율이 있지 않을까? 기존에는 사람이 보험사기 여부를 직접 평가했지만, 슈퍼컴퓨터에 그동안의 보험사기 데이터를 전부 넣어 분석한다면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보험금 사기청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과 다르게 가치를 파는 것이 우리의 꿈이며, IBM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솔루션이다.(표2 참고) ![]()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IBM은 2000년도에 12%였던 마진을 2008년도에는 16%로 올렸다. 하드웨어로부터 나온 이익은 이제 10%도 차지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만들고 가치를 만드는 솔루션에서 수익의 80% 이상이 나온다. 순익, 보유현금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닷컴버블이 있었던 2002년 2.43달러에 불과했던 주당 순이익은 지난 해 8.92달러로 치솟았다. 2009년에도 IBM은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무조건 주당 순이익 9.2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표3 참고) IBM은 지난 8년 동안 600억 달러를 미래에 투자했다. |
정리: 오지영 IGM 연구원 jyoh@igm.or.kr c |